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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1, 2020

[따뜻한 그늘] 거울이 있는 방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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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거울과 반짇고리. 2018. 손이숙

자수거울과 반짇고리. 2018. 손이숙

넓은 범주에서, 인간의 독점적 자리를 지켜온 것은 남성이었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단어는 성(性)적인 측면이 강조될 때 혹은 한계를 드러내거나 대상을 분리시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비슷한 맥락에서 방은 주택 안에 있는 하나의 구조에 속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방이 주택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여성과 가까이 있는 거울 역시 거울 속의 나를 온전히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남에게 비춰지는 나를 의식하는 목적에 더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른다.

손이숙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현실적인 제안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건 비단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작가들의 꿈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에게는 그 실현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여성이 어머니가 될 경우 여성성은 더욱 강요되고 희생은 끝없이 요구된다.

대개의 가정에서 ‘어머니의 방’은 따로 없다. 어머니는 집에서 공동의 매개체로서 역할만이 요구될 뿐 사적인 공간의 필요성은 무시된다. ‘여성의 독립적인 사유는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거울 앞에선 여성은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손이숙의 사진에는 ‘거울 속의 여성’만이 투영되어 있을 뿐 정작 대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꿈꾸는 대상으로서 ‘나를 바라보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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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30, 2020 at 11:0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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