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여러 번 따서, 한 방에 날린다!"
'존버'의 길에 들어서다
'문송' 아버지의 유일한 선택지
개미 투자자들의 애환이 담긴 자전적 수필 같지만, 지난해 서울대학교에서 통과된 인류학 석사 논문『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 내용이다. 개인 투자자라면 공감할만한 재치있는 표현들 덕에 이 논문은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됐다. 주로 논문 표지와 목차 부분을 캡쳐한 것이 사진 형태로 공유되는데, 190여 페이지짜리 논문을 모두 읽고 블로그 등에 꼼꼼히 리뷰하는 이들도 생겼다.

화제의 논문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을 쓴 서울대 인류학과 김수현(석사 졸업)씨가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학원생들이 다 그렇듯 석사 논문은 지도교수·심사위원 빼고는 안 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쓴 논문이기도 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인데 큰 관심을 받게 돼 너무 부끄럽고, 또 너무 감사하죠.” 화제의 논문을 쓴 김수현(26)씨를 2일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제출·인준된 자신의 논문이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5월 쯤 지인으로부터 ‘내가 있는 재테크 관련 카카오톡 대화방에 네 논문 표지가 공유되더라’면서 연락이 왔어요. 지난달부터는 제 논문을 볼 수 있는 링크가 트위터에 공유되고 있더라고요. 얼떨떨하고 신기해요.”
매매방 석달 출퇴근하며 관찰·면담
김씨는 ‘주식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여기는 집안에서 자랐다. 김씨의 오빠는 펀드매니저다. 전업은 아니지만 오래 개인투자를 했던 김씨의 아버지는 늘 경제적 독립을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 김씨는 대학원 수업 중 ‘개인투자자가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해 교수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내가 가진 개인투자자로서의 자신감은 구조적으로도 가능한가, 손실경험에도 불구하고 벌 수 있다는 믿음과 경제적 성공에 대한 집착은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해 참여관찰을 통해 직접 연구하고 판단해보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고 말했다. “증권가를 다룬 이론은 많지만,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이론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주제를 선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

김씨의 논문에 소개된 매매방의 모습.
“중장년 남성을 위한 ‘경제판 포르노’”
특히 연구기간 중 ‘검은 목요일(2019년 1월 2일 2년여만에 코스피 2000선 붕괴)’이 온 것은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씨는 “그 날을 기점으로 매매방 분위기가 정말 안좋아졌고, 면담하기로 약속했던 분들도 지치고 시무룩한 얼굴로 거절했다”면서 “입실자들이 평소 자기 마음 다스리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손실 경험은 어쩔 수 없이 굉장히 큰 심리적 상처를 줄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고 했다.
아버지뻘인 40~50대 입실자들과 라포를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무조건 붙임성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문 앞에 자리를 얹어 보일 때마다 웃으며 눈도장을 찍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투자에 대한 그들의 가치관은 20대인 김씨와 어떻게 다를까. 김씨는 한 입실자에게 자신이 연구자임을 밝히자 “다행이다”고 하던 반응을 떠올렸다. 김씨는 “본인이 전업으로 하고 있는 일임에도, 젊은 사람이 하는 건 반대라는 거다. 그들은 ‘땀 흘려 일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투자는 돈 놓고 돈 먹는 부정적인 거란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반면 2030에게 투자란 월급을 버는 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투자로 낸 수익도 공부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개인적 관심사는 장기투자·주택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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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논문, 어떤 내용인가
김수현씨의 석사 논문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의 부제는 ‘서울 매매방 개인 전업투자자의 꿈과 금융시장 간파’다. 주로 전업투자자들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하지만, ‘개인투자가 실패하는 3단계’ 등은 전업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적용해 볼 만 하다. 이에 대해 논문 일부를 인용·변형해 소개한다.
1단계: 초심자의 행운으로 입실
고스톱, 경마, 로또 그리고 주식·파생상품의 공통점은? 처음엔 누구나 자본금을 조금만 투입해 ‘밑밥’을 던져본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결과는 대개 성공인 경우가 많다.
2단계: 판돈 올리기
‘돈을 벌기 쉽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을 얻은 개인투자자는 이제 ‘판돈’을 올린다. 여기서부터는“다 잘 될거야”하는 ‘과신의 편향’, 여러 정보 중 믿고싶은 것만 취사선택해 믿는 ‘확증의 편향’의 늪에 빠진다.
3단계: 존버(‘매우 버틴다’는 뜻)의 길
이제는 손실이 벌어져도 멈출 수 없다. ‘몰입상승의 편향’ 때문이다. 처음 샀을 때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추가 매수하는 ‘물타기’에 나선다. 손절매 한도가 있는 기관 투자자와 달리 개인은 그런 게 없다. 손실 처분은 마음이 아프다(‘처분효과’). “손절은 본인이 못하니까 자식에게 시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왜 개인 투자자는 필패하나
일정한 가격 범위에서 매매 주문을 하는 기관·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한 호가라도 싼 가격에 매수를, 한 호가라도 비싸게 매도 주문을 넣는다. 이는 기관·외국인이 가격을 견인하는 구조를 만든다. 전업 개인투자자의 경우 단기매매로 수익을 극대화하려 하는데, 이는 손실 위험을 더 키운다. 손실이 커지면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어야 하니 고위험 상품에 손을 댄다. 그렇게 실패의 길에 더 가까워진다.
」1단계: 초심자의 행운으로 입실
고스톱, 경마, 로또 그리고 주식·파생상품의 공통점은? 처음엔 누구나 자본금을 조금만 투입해 ‘밑밥’을 던져본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결과는 대개 성공인 경우가 많다.
2단계: 판돈 올리기
‘돈을 벌기 쉽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을 얻은 개인투자자는 이제 ‘판돈’을 올린다. 여기서부터는“다 잘 될거야”하는 ‘과신의 편향’, 여러 정보 중 믿고싶은 것만 취사선택해 믿는 ‘확증의 편향’의 늪에 빠진다.
3단계: 존버(‘매우 버틴다’는 뜻)의 길
이제는 손실이 벌어져도 멈출 수 없다. ‘몰입상승의 편향’ 때문이다. 처음 샀을 때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추가 매수하는 ‘물타기’에 나선다. 손절매 한도가 있는 기관 투자자와 달리 개인은 그런 게 없다. 손실 처분은 마음이 아프다(‘처분효과’). “손절은 본인이 못하니까 자식에게 시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왜 개인 투자자는 필패하나
일정한 가격 범위에서 매매 주문을 하는 기관·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한 호가라도 싼 가격에 매수를, 한 호가라도 비싸게 매도 주문을 넣는다. 이는 기관·외국인이 가격을 견인하는 구조를 만든다. 전업 개인투자자의 경우 단기매매로 수익을 극대화하려 하는데, 이는 손실 위험을 더 키운다. 손실이 커지면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어야 하니 고위험 상품에 손을 댄다. 그렇게 실패의 길에 더 가까워진다.
July 06, 2020 at 0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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