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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ly 3, 2020

[책과 삶]'내 방'을 갖게 된 인간 내밀한 욕망의 재발견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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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내 방’을 갖게 된 인간 내밀한 욕망의 재발견

18세기의 방
민은경·정병설·이혜수 외 지음
문학동네 | 440쪽 | 2만5000원

영국인은 정원을, 프랑스인은 방을 중시한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이 영국인에 비해 개인의 내밀한 공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어느 쪽이건, 사적 공간으로서 ‘방’ 개념이 자리 잡힌 것은 근대 들어서였다. 그 이전에는 ‘내 방’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침실도 여러 명이 함께 썼고 심지어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18세기로 들어서면서 방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꽃피기 시작했다. 개인의 등장, 중산층 확대와 관련돼 있다. 방을 꾸미는 인테리어가 등장하고 편안한 소파, 비밀 서랍을 갖춘 책상 등 새로운 가구와 물건들이 인기를 끌었다. 여성의 침실 옆에는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인 ‘클로젯’(Closet, 말 그대로 닫힌 공간)이 만들어졌다. 물론 노동계급은 엄두를 낼 수 없었던, 부유한 사람들의 문화라고 해야겠다.

당대 문학과 회화는 드디어 방을 묘사한다. 특히 ‘여성의 방’이 빈번한 소재였다. 영국의 조너선 스위프트는 ‘숙녀의 화장실’(The Lady’s Dressing Room)이라는 시를 썼는데, 여기서 화장실은 오늘날처럼 용변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잠자리에서 일어난 여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치장하는 별도의 방”을 뜻한다. 프랑스의 화가 프랑수아 부셰는 유난히 화장방을 많이 그렸다. 그는 그리스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에서도 에로틱한 누드를 빈번히 그렸는데, 화장방을 묘사하면서도 같은 시선을 드러낸다. 화장방을 관음하는 눈길이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다.

책은 ‘공간의 욕망과 사생활의 발견’이라는 부제를 지녔다. 한국18세기학회 회원들 17명이 한 편씩 집필했다. 18세기 방 안팎에서 벌어진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방의 문화사’라고 할만하다. 한국과 중국의 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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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3, 2020 at 05:5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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